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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의 미학 : 사진촬영 본문

Photo & Camera/사진 에세이

기다림의 미학 : 사진촬영

2018. 4. 11. 00:11

사진은 흔히 기다림의 미학이라 부릅니다. 

셔터를 누르는 시간은 길어야 30초에서 짧으면 1/8000초인데 왜 기다림의 예술이고 미학일까요?


그건 아마도 결정적인 찬스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뜻일겁니다. 

은근과 끈기를 가지고 기다릴 줄 아는 사람만이 결정적인 찬스를 잡을 수 있습니다.

짜장면 같은건가요? 30분 기다리다 3분안에 해치우는 미학.. 이건 비유가 잘못됬습니다. ㅋ


매일 아침 많은 사진가들이 해돋이를 담아 보기위해 전국의 명소를 찾습니다. 

동이 트기 전부터 삼각대를 펼쳐 놓고 기다립니다. 그런데 하늘에 구름이 가득합니다. 

아무리 봐도 일출은 못볼 것 같습니다. 

"에이~ 안되겠네 가자!" 기다리지 못하고 가는 사진가 몇몇이 계셨는데 그 분들 가시고 나니 구름은 갑자기 걷히고 멋진 오메가가 나왔습니다.


인물사진도 예외는 아닙니다. 

어떠한 프로모델도 처음 카메라를 들이대면 긴장을 하기 마련입니다. 

제가 직접 촬영한 건 아니지만 유명 연예인을 촬영하는 걸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처음에 2~30분정도는 그냥 놔 두더군요. 혼자 알아서 포즈도 잡고 연습도 해 볼 수 있도록요.

그리도 조금씩 말을 시키기 시작합니다. "아 좋습니다." "완벽해요" 등등


모델과 사진사가 호흡이 맞으니 그다음 부터는 일사천리 입니다.

신이 났는지 모델이 큰소리 내가며 연기까지 합니다.

나중에 사진사와 식사를 하며 물어 봤더니 기다려야 한다고 하네요.

긴장도 풀고 교감이 쌓일 때 까지 기다려야 혼자서도 포즈를 잘 취해 주고 사진사가 요구 하는 것도 잘 들어 준답니다.


기다림의 미학 : 사진촬영


50mm 렌즈베이비 Composer Pro를 들고 동네를 나갔습니다.

토이렌즈인데 틸트 효과를 내주는 렌즈 입니다.

일반적인 TS렌즈/PC렌즈와는 달리 정교한 조절은 어렵습니다.


그래도 가끔 가지고 나가면 재미있는 사진으로 보답해주는 기특한 렌즈입니다.

다리 아래 사진을 찍으려 했는데 뭔가 아쉽습니다.

거대한 다리의 구조적인 아름다움이 있는것도 아니고 아기자기 한것도 아니고 그냥 콘크리트를 부어 만든 다리 입니다.

아무리 틸트를 시켜도 사진이 재미가 없습니다.


사람이 한명 지나 갔으면 좋겠습니다. 

한명이 지나가고 자전거도 지나가고... 타이밍 맞추기 참 어렵네요.

그래도 기다리다 보니 주변에 아무 사람도 안지나가고 다리 밑으로 한분이 걸어가고 계십니다. 

중앙에 오는 순간 셔터를 눌렀습니다.


풍경사진에도 사람이 있어야 사진에 생기가 있습니다.

지금 보니 사진들이 그닥 아름답지는 안네요. 그래도 사람이 없는 것보다 훨씬 나아 보입니다.

기다림의 승리요 사진가의 패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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