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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대참사 : 3대독자 차례상 첫 도전기 변천사

2019. 2. 9. 07:23

설 끝나고 생업에 복귀한지 며칠 안되었는데  한 신문기사 때문에 하루종일 시끄럽습니다.

3대독자가 차린 차례상이란 제목으로 릴리즈가 된 기사인데 여러가지 오류가 있어 사람들이 그걸 지적해 낸 사건이었습니다.

이젠 기사내용의 진위보다 어떻게 다음판 수정이 될지가 기대되는 사건입니다.


어릴적 재미있게 했던 퀴즈 놀이가 하나 기억납니다.

어떤 내용을 두고 이 내용이 틀린점을 찾는 그런 퀴즈였습니다.

논리에 맞지 않는걸 찾아내는 것이었습니다.


퀴즈는 대략 아래와 같은 내용을 주고 틀린점을 찾아내라 뭐 이런 식의 문제입니다.

도둑이 칠흑같은 야밤에 짙은 청색 망토와 마스크를 쓰고 귀한 도자기를 훔쳐갔다.


이를 목격한 목격자는 다음날 용의자의 얼굴을 보고 이사람이 어제 그 도둑놈이다라고 자신있게 이야기 했다.


답은 1. 검정색 (어두운 곳에선 색깔 구분이 안된다), 2. 목격자 (마스크를 쓴 사람 얼굴을 알수 없다)


앞서 말한 신문기사에는 이런 퀴즈를 풀기 아주 적당한 기사꺼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기사는 20년 넘게 차례상을 차리던 어머니가 '파업'을 선언해 '3대 독자'가 차례상에 도전하는 내용입니다.

요점은 '3대독자'라는 컨셉으로 여성들이 보는 가부장적 문화를 짚어보려 했던것 같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 '3대독자'만 없었어도 아무문제 없이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이걸 고집하다 보니 일이 커지고 말았습니다.


기사의 수정단계


1. 3대독자 초판본




기사 내용엔 "어릴 땐 숙모와 형수님만 부엌을 드나들며 음식을 만들고 삼촌들은 거실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그런데 3대독자인데 어떻게 숙모와 형수 그리고 삼촌이 있을 수가 있느냐에서 부터 첫번째 기사부터 꼬이기 시작합니다.

많은 비난을 받으니 2차 개정판이 나옵니다.


2. 3대독자 개정판




뒤늦게 문제의 대목이 "어릴 땐 고모와 외숙모만 부엌을 드나들며 음식을 만들고 고모부와 외삼촌들은 거실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로 수정됬습니다


하지만 이 설정 역시 어색합니다.

댓글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3대 독자 설정을 살리려고 한다리 건너 사돈 관계인 고모, 고모부와 외삼촌, 외숙모가 남의 집 차례를 지내러 왔다"는 지적이 이어지기 시작합니다.


3. 3대독자 3차 개정판


걷잡을 수 없게 되자 결국 외삼촌과 외숙모가 빠지고 "어릴 땐 고모가 부엌을 드나들며 음식을 만들고 고모부와 거실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로  수정됩니다.

문장이 이상해집니다. 고모부가 누구랑 이야기 나누었는지가 애매해집니다.


여기까지는 아주 큰 오류에 대한 수정이었고...

여러가지 수정은 계속 만들어져 갔습니다.


기사에서 '할머니'는 부엌을 서성이며 손자를 걱정하는데, 돌연 차례상을 받게 됩니다.

어머니가 "조상님이 손주가 차린 차례상 받는 할아버지 할머니는 없을 거다"라고 칭찬한 것이었습니다.


결국 '할머니'는 "이번 설엔 외할머니를 모셔왔기 때문에 돌아가신 외할아버지 차례도 따로 지냈다"는 추가 설명과 함께 외할머니로 바뀌었다.


이제 좀 시끄러워지니 ‘사실에 바탕을 둔 뉴스’ 강조한 중앙일보의 사과도 아닌 일방적인 공지사항으로 궁색한 변명이 나오게 됩니다.




그런데 이건 더 또다른 논리적 오류를 만들어 가기 시작합니다.

어머니 대신 3대 독자인 귀하신 아들이 직접 챙겨 본다는 걸 강조하고 싶었느나 외할머니 제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문장입니다.

남의 집 3대 독자가 외가 제사상을 차리는 이상한 집안이 되어 버렸습니다.

결국은 외할아버지 차례상을 차리지 않겠다는 엄마만 나쁜사람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4. 새로운 판본이 나올것인가?


기억을 함께쓰다 생긴일이라 변명을 합니다. 그리고 설 지난지 며칠이 지났다고...

여기서 끝날지 아니면 또 새로운 판본이 나올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외에도 여기서 이야기 하지 않은 소소한 논리적 오류들이 참 많습니다.

궁금하시면 직접 찾아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https://news.joins.com/article/23348533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고모의 시댁가서 차례준비 안하는 문제, 

방금전까지 살아계신 외할머니인지 친할머니인지 모를분의 차례상 문제,

외삼촌, 외숙모가 있다면 외가 쪽 형제들이 있다는 이야기인데 굳이 어머니집에서 차례상을 차리는 문제,

외가 제사라 했지만 카톡내용은 그렇지 않은 문제 등등

아직 기사에선 해결되지 않은 상식적이지 않은 논리적 문제가 있기 때문에 아마 또 바뀔거라 생각 됩니다. 



살펴보니 여러가지 해선 안될 총체적 문제였습니다.


1. 기자의 생명이 사실을 전달하는 일


기자의 임무는 사실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이미 몇번의 수정과 변명으로 일관된 기사를 만들어 냈습니다.

이제 신문기사의 생명력은 잃어버리고 엔터테인먼트분야에서 새로운 생명력을 얻었습니다.


2. 기사의 수정


이게 개인 블로그에 올린 글도 아니고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일입니다.

그만큼 파급력이 크고 한번 잘못된 기사나 나가면 이로 인해 엄청난 일들이 발생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론 잘못된 기사가 나가면 어떤게 틀렸다라고 정정기사를 내고 사과문도 내는데 그런거 없이 그냥 몇번 수정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몇번의 수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여전히 오류가 보이는 기사입니다.


3. 가장 큰 문제는 데스크


기사 한줄이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보면 신입기자의 실수(?)라고 덮어버릴 수 도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신입기자의 책임보다는 데스크의 책임이 더 큰 일 입니다.

이런거 발견을 못한 책임 그리고 이런 사태를 막지 못한 책임이 제일 크다고 생각합니다.

바이라인에 두명의 기자이름이 있었는데 사태가 커지니 한명은 슬그머니 사라집니다.

아마 사수인것 같은데 괜히 문제 생기니까 꼬리 자르고 수습한테 뒤집어 씌우는거 치졸합니다.


아직 중앙일보는 공지 이외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한발 늦은 감상기


언론이 오보는 내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나 신이 아닌 이상 오보를 피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저런 사유로 팩트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오보가 나거나 팩트가 틀렸을 때 해당 언론사가 어떻게 대처 하느냐입니다. 



아!  제사상엔 파, 마늘, 고추가루 같은 향이 강한건 안쓰는게 일반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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